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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쥔 것을 잃으니 가려진 것이 보이고

 

 

사라진 컵과 사라진 공간. 세현스카페.

 

 매년 바꾸기도 하지만 고장나는 것까지 합치면 한 아이폰을 주욱 쓴게 반년이 안넘는것 같다. 악력이 약해서인가 자주 떨어트려서 수리비도 많이 나갔다. 당황스러운 일도 여러번 겪다보면 유연하게 해야할 일을 차례대로 해치운다. 휴일 아침 일찍 다녀오고 새로운 아이폰이 오기까지 잠깐의 시간을 번다. 번다라고 표현해두자. 요즘 다소 우울했던차, 잠깐 휴대폰을 놓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일단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은 해둬야해서, PC 카카오톡을 켠다. 이 맥북도 5년이 다 된 것같은데 아직 켜지니 안심이다. 처음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산 맥북 에어. 그때는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산다는게 친구 사이에서 나름 화젯거리였다. 찍었던 사진들을 주로 맥북에 넣고 블로그에도 업로드 했었다. 그리고 나는 오사카에 다녀왔고 차츰 취미들도 그만뒀었다. 흥미거리는 바뀌며 돌아간다. 나는 원래 글을 쓰고 찍은 사진을 듣는 노래를 죄다 모아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남은 사진들이 옛 것들이다. 가장 최근에 업로드한 사진이 2017년이라니. 언제부턴가 년도와 머리속 기억이 잘 매치되지 않는데 아마 기록을 핑계로 이렇게 남겨둬서 인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살았을때의 사진, 그때 듣던 노래가 그대로 남아있어 잠시 추억여행을 다녀온다. 눈물을 흘리며 귀국하는 사진과 다시 살던 곳에 여행갔던 사진, 친했던 친구와 갔던 카페, 선물받은 책. 그래 나 손도 한번 다쳤었어.

 사는 것은 단순한 연속된 하루의 흐름인데. 새로 생기기도 하고 어떤것은 없어지기도 한다. 사람과 물건뿐이 아니라 취미나 취향까지도 그렇다. 5년전에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맥북을 살때도 그랬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 그런걸 보면 나는 5년 뒤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있을것 같다. 잠깐 손에 쥔 것을 잃으니 가려놨던 것들이 다시 보인다. 어렴풋이 이제는 사는 요령을 조금씩 알것도 같은데, 반대로 손에 쥐면 다시 막막할거란 것도 안다.

 주워진 짧은 휴식시간 동안 좀 느리게 지내보기로 한다. 티스토리가 그대로 남아있어 다행이다. 목련을 부탁해에 가볼까. 그리고 오래전 친구가 만나고 싶다. 오랜만에 들러서 짧은 이야기, 여기까지.  2020. 04. 28,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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