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의 일기예보가 맑음을 가리키면, 모아둔 빨래감의 종류를 나눠둔다.
동지冬至가 지나지 않아 그때까지 밤이 제법씩 길어져가고 있기에,
게다가 우리집의 빨래 건조하는 장소는 새벽부터 볕이 드는 동쪽이기에,
새벽녘에 머지않아 최대한 물에 잘 녹는 좋은 향의 몇가지 세제를 배합해 버튼을 누른다.
세 번의 헹굼과 탈수가 차례대로 진행되는 한 시간 남짓 쪽잠을 자거나 맑은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비로소 깨끗한 향이 입혀진 빨래감을 꺼낼 수 있다.
깨끗해진다는 느낌이 좋고, 물의 온도와 배합한 세제의 비율이 잘 맞는때면 살균한 듯한 냄새도 느껴진다.
빛이 잘 지는 곳에 구김이 가지 않게 잘 펴서 널기 시작하고, 최대한 접촉면이 없게 걸어둔다.
사이에 바람이 잘 통할 수 있게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섬유탈취제나 향수로 좋은 냄새를 가향한다.
몇 시간정도 방치해 볕의 온기를 충분히 쐬인 뒤, 시간을 두고 바람을 사이사이 입힌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 바싹 말랐는지 확인한 후 걷는다.
수건같이 두툼하고 흡수와 건조가 빠른 면은 향이 빠져있을 경우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가향해도 좋다.
수건은 반듯하고 도톰하게 모양을 맞춰 개어두고, 옷은 가지런히 손 닦는 수건은 최대한 얇게.
눈을 뜨고 제일 먼저 정리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하는 방법. 내가 빨래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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