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뭐. 나는 항상 똑같아.
여전히 어둡고 답답하고 이기적인데다가
요즘엔 늙어가고 있기까지 해.
아무것도 없었던 듯 모든걸 대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 다음, 그리고 결국 어떻게 흘러갈지 알아버린채로
지금 움직이는 손짓부터 두려움이 베어있으니,
무엇인들 제대로 알 길이 있겠나.
너무 많은걸 알고 있는 것도, 때로는 아니 거의 모두가 두려운 것이더라구.
인간으로서 흔한 감정이 내게 느껴지지 않은지 오래이고
하루 이틀을 적어대는 기록도 이제는 강박적인 습관 뿐.
더 이상 미련이나 악의따윈 없는데 말야.
내리쬐는 빛과 산뜻한 풀내음이 다시 새롭게 느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지루한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