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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tokyo_goka #1 (2017.3.30)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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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어느날 일본 엄마에게 라인이 왔고

언제든 오라는 형식적인 인삿말이 그 날따라 살갑게 느껴졌다.

몇 시간 항공권을 찾아보다가 한숨에 계산했다.

1년 남짓만에 도쿄에 다시 가게 되었다.


내가 약해져 있는 순간 항상 그들은 틈을 메워주려 찾아온다.




#귀환_木曜日3.30


11:00 비행기였기에, 4:40 출발의 리무진 버스로 예약해두었다.

A는 피곤한 기색으로 나를 배웅해주러 부러 운전수를 도맡았다. 고마운 친구다.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 거짓말임을 알기에.


일본으로 가는 시간보다 공항까지의 여정이 더 길게 느껴진다고 A와 실실대며 웃었다.


작년 일본에서 짐들을 가지고 귀국할때 샀던 85L짜리 무인양품 캐리어.

그 때는 베이지를 가장한 골드가 맘에들어 블랙에서 바꾸기까지 했는데, 또 남달라보인다.


1년 새, 물건을 보는 눈부터, 많은 것들이 달라져 가는 것을 이따금 느낀다.



창 밖은 아직 깜깜한 칠흑이다. 마침 아이팟에서 honne의 the night가 맞춰 나왔다.

앨범커버의 카타카나, 멜로디가 여정의 처음을 여는 길과 퍽 어울려 사진을 찍어버렸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 사실 일출때와 일몰때의 하늘 색은 거의 비슷하다.

각 시간대의 내 마음이 다를 뿐.

동트기 전이라 아까는 그렇게 어두웠나보다.



평일의 새벽이라 고속버스는 도로를 시원하게 헤쳐나갔고 공항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했다.

JAL을 이용했기에 제법 빠르게 체크인해서 게이트로 들어가서 외항사 전용 탑승동으로 미리 가 있었다.



탑승 후, 여느 여행자나 찍을법한 몇 장의 사진을 찍어두고..



한국을 벗어나고.

모니터를 보니 나가노현 근처였다. 이 부근에 일본알프스가 있다고 들었다.

4월이 다가워지는 시점에도 설경의 장관이 내 아래로 펼쳐져있다.



도착하자마자 일본의 공기를 크게 한번 들이마신 후.

면세품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에 반절을 비워둔 캐리어에 다 넣어버려도 이만큼이 남았다.

일본 엄마도 곧 갱년기이라 석류즙을 챙겨주겠다는 생각에 두개나 샀는데 이게 늘 문제가 된다.



늦게 귀가할 계획이라 저녁에 갈아탈 역으로 가서 코인락커를 찾았다.

운이 좋게도 내리자마자 보였고 내 캐리어와 석류가 들어갈만한 큰 공간은 겨우 하나 남아있었다.

크기별로 보관료가 달랐는데 제일 아래 큰 칸은 700엔.

무게와 부피가 상상을 초월했기에 저녁까지의 홀가분함을 사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편하게 사는 법을 하나 둘 알아채간다.



공항에서도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도쿄도내 까지도 여유롭게 도착해서 17:30의 약속 전에 무지를 들를 수 있겠다 생각했다.

교바시京橋駅역에서 내려 좀 걸어가는 루트였는데 도쿄에서 듣기 힘든 클랙션이 크게 들리기에 고개를 돌렸더니,

좌회전 하던 순간 앞 차가 멈춰버려 차열이 멈춰버리는 사태 발생. 신기한 경험이라 이것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왠지 나에겐 도쿄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느껴진다.



またきてね!또 와!



無印良品有楽町店 무인양품 유라쿠초점

무인양품도 여러가지 컨셉을 가진 브랜드가 많다. 건강한 커피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Cafe&Meal MUJI,

무인양품에서 선별한 책을 제안하는 MUJI BOOKS, 세계 각지의 상품에 무인양품의 철학을 담아 제시하는 Found Muji,

무인양품 다운 삶을 제안하며 무지의 집을 설계하는 無印良品の家 등등 수없이 많은 무지 브랜드를 이 안에서 다 접할 수 있다.



MUJI BOOKS가 점점 영역을 넓혀 서점의 형태로 목표를 두고 있다는 텍스트를 접한적 있다.

놓여 있는 책들이 거의 무인양품에 어울리는 책들이었고, 자연스럽게 무지의 제품과 함께 구매할 만한 동선이었다.

하지만 넓은 MUJI BOOKS를 제외하고는 오사카의 그랜드프론트グランフロント점이 더 맘에 든다.

한 층에 크게 펼쳐 둔 그랜드프론트 점이 더 익숙해서 인지.



오사카 우메다 본점보다 더 큰것 같은 한큐 백화점 도쿄점.

작년 신칸센 안에서 도쿄역 도착즈음에 스쳐 지났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여러모로 오사카 우메다가 기억나는 유라쿠쵸..

이 길은 한큐 우메다 역에서 내려 유니클로 오사카점 쪽으로 가는 길이랑 비슷했다.




약속 시간에 거의 가까워져 서둘러 롯폰기로 향한다.

17:30 약속의 주인공은 작년 오사카에서 알게된 D형. 늘 성실하던 D형이 도쿄로 취직하게 되어서 이사온지 일주일 째란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사오고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말없이 심심하게 있던 차에 내가 여행오게 되어 마침 잘 됐었다는 이야기.


히비야선 롯폰기역 다음역이 히로오広尾역이다. 고현정의 곁 이란 책에서 고현정이 신혼생활을 했던 곳으로 소개된 장소인데,

그녀의 책에서 조용하고 멋스러운 동네로 그려졌어서, 히로-의 어감도 좋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새삼 반갑구나.



롯폰기 힐즈로 가는 길 1C출구. 지상으로 이어지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다 스타벅스를 발견해 어김없이 들렀다.

새로운 티 시리즈에 어울리는 과일 소스가 출시되었다기에 선물용으로 몇개 사들고 나왔다. 이것 때문에 조금 늦어져 늦는다던 D형이 먼저 도착해버렸다.



롯폰기 힐즈 마망.

그걸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D형.



우리는 모리타워 55층 전망대로 곧장 향했다.

1년만에 만나며 서로 뻔한 인사치레를 마치고 둘이 함께 광활한 도쿄를 내려다봤다.


최근 한국은 미세먼지로 골치라며 투덜대며 올라왔는데 도쿄도 매한가지더구나.

깊고 넓은 그 하늘이 보고싶어 일본을 왔거늘. 와중에 한없이 예쁘기만 한 도쿄타워.



일몰시간은 18:01로 예상하고 있었고 얼마 남지 않아 모리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전망대 티켓으로 모리미술관도 함께 관람 할 수 있었다. 규모는 생각 외로 굉장히 큰 본격적인 미술관이었다.



돌아보다 지쳐 잠깐 구석에 숨어 짐을 내려두니 한결 편하다.



금새 어둠이 내려와 건물들은 불빛으로 빛나고 도쿄타워 또한 붉은 빛으로 제 몸을 뽐내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으러 도쿄에 온 것이나 다름없다.



예상외로 꽤 긴 시간을 전망대에서 지내버려서 서둘러 저녁식사를 하러 향했다.

롯폰기 미드타운으로 가 결정하려 했지만 가는길에 D형의 노련한 추천으로 운좋게 샤브샤브집을 들어갈 수 있었고

생각보다 여유롭게 맛있는 식사를 기분 좋게 할 수 있어 좋았다. D형은 도쿄에서의 첫 외식을 나와 함께해주었다.



그리고 고카 집으로 돌아가는 길.


3년 뒤의 올림픽을 알리는 소식들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 재미있게본 일본드라마 도쿄타라레바걸 東京タラレバ娘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안에 좋은 가정을 꾸려 행복을 찾으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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