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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tokyo_goka #2 (2017.3.31)

#아무(별다른)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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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아빠가 안계셨다. 일찍 출근하셨나 했는데 알고보니 야마구치현으로 출장중이시란다.

パンここにあるよー温めてあげるから。飲み物は?

"모닝커피 마실래?" 먼저 말해주는 일본 엄마가 좋다.

한참 뒤 아끼던 컵을 찻장에서 힘겹게 꺼내 멋진 잔에 당신이 매일 마시던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을 사랑한다.



예전 오사마에게 추천을 받은 시부야의 소바집 타마와라이玉笑를 11:30에 예약해뒀었다.

sangffy에게 예약을 부탁했었는데 대리예약으로 시간이 늦는 경우가 많았는지 꼭 늦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받았다.

헤멜 시간도 생각해 여유를 갖고 집에서 나왔다. 엄마는 역까지 태워다주며 잘 다녀와!行ってらっしゃい말해주신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쿠리하시栗橋駅에서 JR로 환승.



내리기 전 엄마가 나를 붙잡더니 도쿄 잘 보고 오라며 용돈을 쥐어주셨다.

내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선물들이 오히려 부담이 되셨나 하는 마음에 미안했다.

삼등분으로 지폐를 접어 작은 봉투에 넣어 작은 마음입니다 하며 건네는 문화ポチ袋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감사해요..



오늘은 흐림. 키 작은 일본동네의 커다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찼다.



어제 그렇게 무거운 짐 탓에 온 몸이 뻐근했다.

그게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무거운건 두고 오고 싶었는지 충전기며 배터리 하나 없이 나와버렸다.

전철 안에서 깨닫고 다이소를 찾았다. 애플스토어가 근처에 있긴 하다만 그러기엔 충전기와 케이블이 너무 많아지기에 현명한 차선책을 세웠따.

다행히 내리는 하라주쿠역 근처에 있어서 충전기만 사들고 소바야로 서둘러야겠다 짧은 미션을 세웠다.


출구가 하나인 하라주쿠原宿역. 역시 오랜만이야.



지도를 켜고 따라가다가 들이닥친 타케시타竹下通り 거리.

시간 탓에 서두르던 참인데 하필 저 많은 인파 안에 다이소가 있을꼬.

서둘러 충전기, 케이블을 사서 빠져나왔다. 최신 iOS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긴 했지만.



소바집 까지는 메이지진구마에역을 지나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루트다.

메이지진구마에는 도쿄타라레바걸의 첫 씬의 장소이기에 괜시리 사진을 찍으며 돌진했다.



구글 지도를 켜두고 돌진하며 걷는 중 길이 아닌 곳으로 안내하기에 고개를 돌리니 이렇게 작은 길로 안내한다.

숨겨둔 지름길을 내게 속삭이며 알려주는 기분이 들어 설레기 시작했었다.



TOKYO SHOP 책에서 봤던 NOZY COFFEE도 지나치고



5분 전 도착.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고 뒤에 서있었다. 예약을 했지만 아직 시간이 안되었으니 기다려볼까 하다가.

11:30. 예약시간이 되니 차례차례 예약자 이름을 호명한다. 사실 난 먼저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ホン様불리진 않았다만.


타마와라이玉笑

미슐랭 1스타의 소바집蕎麦屋さん


아담하고 최소화에 충실한 내부. 총 20석 즈음 되었으려나.



벽쪽의 자리로 안내받고 앉았다. 예약자 이름이 홍이라 외국인인걸 생각해두셔서 저 하얀 메뉴를 놓아주신 듯 하다.

당시에 전혀 메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옆자리에 앉으신 아저씨는 회색 메뉴가 두개 있길래 하나 볼 수 있을까요? 해서 받아오니

아저씨가 내 흰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거 메뉴 아닌가요? 되물으셔서 열어보니 영어 메뉴가 나와서 아저씨와 내가 동시에 놀랐다.

어이없는 일본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같았다. 미키 사토시 류類의.



새우튀김이 얹어진 차가운 소바天せいろ, 청어구이를 올린 차가운 소바おろしにしんそば는 아쉽게 재료준비중.

결국 두부소바로 부탁하니 잠시 후 따뜻한 보리차와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준다. 돌진하던 몇 분 전과 달리 안정되는 느낌.

머지않아 작은 그릇에 연두부와 소바면이 함께 나왔고, 츠유를 뿌려서 섞어먹으면 된다고 나근하게 알려줬다.


보통 일본에서 혼자 둘러본다고 다니면 식당은 잘 찾아다니지 않게 되더라.

걸음이 빠르기도 하고 목이 말라 커피나 물따위를 계속 마셔대는데 허기가 지지는 않아 항상 멋진 식당을 지나치기 일쑤였다.

메밀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바면과 식후 주어지는 고소한 소바유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이 곳에서 나서 만들어진 음식을 먹고 나니 걷는 타지의 땅이 나와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오모테산도를 지나쳐 시부야로 걷던 도중 넘버슈가를 들르고.

100% 핸드메이드 캬라멜 숍, NUMBER SUGAR



번호 별 여러가지 맛의 클래식 캬라멜을 맛볼 수 있다.



장미가 서서히 펴가는 모습의 패키지에 반해 사진을 몇장 찍었다.

8개 패키지 (918엔). 몇 개를 바구니에 담았는데 꽃을 선물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부야로 이동. 사실 시부야에서 도착해 타마와라이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루트를 바꿔서 생각했던 스크램블 교차로를 거치지 못해 아쉽더라.

코 앞에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너의 이름은을 두 번 울면서 본 입장으로 다시 가기로 결심.

도쿄를 적지 않게 와놓고는 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벅스 창가는 교차로의 사람들을 찍는 관광객으로 가득차있었다.



다시 오모테산도表参道.

이곳 역시 드라마에서 자주 나왔던 출구여서 반가웠다.

드라마에 빠지면 어느새 그 안의 생활을 하고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된다.

재미있게 보고 난 며칠 후 일기에 드라마 보지 않기. 라고 적어두었다.

뭔가에 동요되는 느낌은 어쩐지 어색하니깐.



작년 iPhone SE 발매당시 재고가 없어 포기했었던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



역시나 새로운 iPhone이 출시되어 있었다.



블루보틀 커피와 카페 키츠네로 가기위해 다시 반대방향으로.



TOKYO SHOP을 사서 그렇게 여러군데를 보고 읽고 적어뒀었는데

결국은 다녔던 곳을 다시 찾게 된다. 익숙함에 더 익숙해지것이 내 버릇이어서.



라떼 잔과 토트백을 한국으로 데려가기로.



맛있는 라떼였다.

핸드워시는 이솝이었다.



들어갈 때부터 앉아서 보고 마시며 다시 나올때까지 모두 편안한 이 곳.


콘센트를 찾아 다이소에서 산 케이블을 연결해보니 역시 작동이 안된다.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 아날로그로 돌아갈 준비를 해뒀다. 길이나 전화번호의 메모따위.



たか가 가보라며 추천해준 COS.

"세현은 심플한걸 좋아하니 가면 맘에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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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さん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따금 봐서 알고 있었다만, H&M의 하이브랜드인 줄은 처음 알았다.

멀리 보이는 COS. Collection of Style.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배터리가 없어서 불안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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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후 훈훈한 공기로 가득찬 방에서 엄마와 한참 얘기했다. 생각보다 어제 오늘은 날씨가 추웠다.

편하게 고민거리를 얘기해주시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일상이라 생각하니 행복했다.

あやか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운전면허학원을 다닌단다. 일본에서 면허취득은 한국과 달리 복잡하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 중 하나다.

저녁 찬을 만들기가 버거워 보이는 눈치였는데 저녁은 たか가 돌아오면 셋이서 외식을 하라신다.

맛있는 두 곳의 야키니쿠 집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추천한다며 다녀오라 말해주신다.



초등학교 1학년때 만나 10년이 흐르고 지금은 고기를 굽고 있는 あやか

그때는 눈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았어라고 말하는 あやか가 아직 귀엽기만 하다


이미 어두워진 저녁. 어느새 늦은 시간이 되어버렸고 내일 돌아간다.

돌아가던 중 벚꽃을 볼 수 있는 공원이 가깝다고 해서 들르기로 했다.

밖은 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みのり쨩이 퇴근 후 일부러 와주어 함께 벚꽃을 만끽했다.

늦은 밤이라 아무도 없는 커다란 공원에 우리 셋 뿐이었다.

비내리는 밤, 조명 아래의 벚꽃 구경은 내게 처음있는 일이다.

꽤 추억이 될만한 좋은 시간을 가졌다. 춥다며 따뜻한 차와 제 옷을 건네주는 좋은 두 친구.



자정이 다 되어 도착해서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가 바로 취침했다.

아무 걱정 없이, 평소처럼 으레 하던 생각 정리따위 필요 없이 바로 잠 들 수 있었다.



별다른 일 없는 일상日常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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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돌아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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