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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쥐며

여백의 이유

余白には理由があります。


침묵, 휴지休止, 빈 공간.

세상의 모든 '여백'에 이유가 있다.




 思いつきやひらめきを書き留めてくさだい

착상과 영감을 적어주세요





펜 촉이 닿는 필기감이 좋은 미도리노트의 2015 다이어리.

구김이나 복잡한 인쇄가 없는 무인無印.


해의 끝자락에서 떠올리는 신년은 이 처럼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여백임이 맞았다.


나는 언제나 이렇듯 간결하고 무미건조한 것에 끌렸다. 한 해를 채우는 공책조차도

'이쪽으로 저쪽으로',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잔뜩 자질구레하게 채우는 것보다

그 날을 종이 위 작은 공간에라도 표시하는 것이 좋았다.


불안한 미래를 화려하게 그리지는 못하지만 그리운 과거를 아름답게 기록하는데에는 자신있다.







투명한 플라스틱 비닐의 커버와 (왼쪽)

새하얗고 빳빳한 범포천의 커버 (가운데)

그리고 내가 채워갈 MD노트 2015 다이어리 (오른쪽)






'여백에는 의미가 있습니다'의 부제를 가지고있다.

2015를 손으로 써가는 아트가 사뭇 의미심장하다.





여느 MD노트와 같이 앞장에 간결하게 나의 서명을 할 수 있는 서명란.












전년도 마지막 월부터 시작.


현재 쓰고있는 다이어리에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하고,

새로운 노트의 12월에는 그대로 연필로 베끼곤 한다.







간결, 무미건조. 맛으로 치자면 물의 맛이려나.


일본의 것이라서, 일본의 달력이 쓰여져 있다.








간단한 구성이 매우 마음에 든다.

노트의 레이아웃 조차 내가 만들 수 있다.





노트의 마지막에는 내년을 기약하는 멋진 문구가 쓰여있다.




MD노트는 겉표지마저 없다. 표지를 벗기면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

종이의 질에 충실하고, 글씨를 쓸 수 있는 최소의 칸을 중요시한다.


말 그대로 공책空冊이기에 그걸 채워가는건 나 자신이다.

공책 한 권에서도 우리의 하루와 일상을 느낄 수 있다.








멋지게 노트를 보호해줄 비닐커버.

장인이 하나씩 손수 담아 포장한 듯한 정성스러운 종이 포장이 감동적이다.








표지를 떼고 끼웠어야했는데 그대로 끼웠다.

하지만 저대로도 멋스럽기도.




가장 기분 좋은 펜 하나를 끼워 넣을 수 있는 펜꽂이까지.





그리고 조금 더 마음을 써서 함께 구매한 범포 커버.




범포帆佈. 돛을 만들때 쓰는 천을 범포라고 한단다.

빳빳한 면의 재질인데, 흔히 쓰는 에코백의 그것과 느낌이 흡사하다.





범포 커버의 사용시 주의사항과, 간단한 안내서.

물에 닿으면 수축이 심하단다. 화기로부터의 주의는 물론이지만, 천이 물을 싫어하다니.


사실 이 커버는 미도리노트에서 작년에 내놓은 한정 제품이다.

60년 이상 종이에 힘써온 미도리사에서 이 간결한 MD노트 군을 내놓은지 5년째라나.






때 묻는 더러움마저 멋스러운 흔적으로 만들어야 할 듯하다.









역시 꼭 맞다. 제 옷을 입은 느낌.

저 앞에 멋진 펜으로 서명을 어서 해둬야겠다.



+


여백을 채워갈 나의 흔적들.





주로 사용하는 필기구다. (좌측부터)


누구든 하나쯤 갖고있는 파이로트 하이테크 검정 0.3

안쪽의 글씨가 보이는 무인양품의 창문형 노란색 형광펜

흔적이지만 '지울 수 있는' 유니볼 팬텀 검정 0.5

극세의 필기감과 쥐는 느낌을 느끼고 싶을때 사용하는 유니 스타일 검정 0.28 

펜 케이스에 들어가는 똑똑한 무인양품의 스틱형 가위

유니볼 제트스트림의 기분 좋은 필기감을 4배로 느낄 수 있는 제트스트림 4&1




이 쪽은 최근에 갖게된 두 가지 (좌측부터)


알루미늄 바디의 스테들러 925 25-05

필통을 잃어버리며 함께 사라졌지만 결국 다시 찾게되었다.


윗쪽에도 있지만, 제트스트림의 필기감은 부드럽고 피로감이 없다.

4가지의 색과 미츠비시의 샤프가 함께 있는 제트스트림 4&1의 레드 바디



빨간 쪽이 더 멋스러울지도.



쓰는 내내 정말 부드러운 필기감이 있다.

종이에 따라 촉에 닿는 필기감이 극과 극인 펜들이 있지만,

제트스트림은 거의 모든 종이에 친밀하다.

물론 잘 미끄러지는 만큼 글씨를 쓸때 방심하면 안된다.






독일社의 유수 필기구 회사가 굳이 왜 일본에서 샤프 펜슬을 만들었을까.

알루미늄 풀바디의 세련된 디자인과 의외로 가볍고 날렵한 쥐는 느낌.


나는 초심자라 0.5 굵기의 심을 주로 사용하지만 0.3이나 0.7 등도 있다.

심에 따라 연필을 쓸때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전언.





ゆか선생님께 받았던 무인양품의 지워지는 볼펜을

오래동안 썼던 필통과 함께 잃어버렸기 때문에 한동안 앓이를 했었다.


무인양품의 지워지는 볼펜은 '파이로트社의 프릭션'을 빌린 것이라

그 제품을 찾았지만 역시나 없었고, 미츠비시社의 유니볼 팬덤을 구매했었다.




윗 쪽의 고무캡으로 마찰열을 발생시켜 지우는 방식이다.



0.5 굵기치고 약간 두꺼운 느낌이 있다.

하지만 특수잉크 덕인지 부드럽고 얕은 느낌이 있지만

속기에 나름 괜찮을 듯하다.






약간의 흔적은 남지만 없었다 발뺌할 정도는 되는 듯.


+ 마찰열로 지우는 것이라 영하 10도이하의 환경에서 다시 생긴다는 전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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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과 2015년

내 앞에 두 해가 나란히 놓여있다.




몰스킨社 스타벅스 2015년 다이어리와의 크기 비교.

블랙 다이어리는 레이아웃이 노트와 비슷해서,

공부 노트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나 시초는 아날로그다.

천천히 새겨가는 것이 좋고,

모든 것을 기록해 남길 수는 없지만

기록 한 것을 기억할 수 있는 필기가 좋다.





이유있는 여백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