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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방어적 인간

2. 방어적 인간

 살다 보면 미묘하게 부닥치는 사람이 있다. 웃고 인사하고 잘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부턴가 대하는 게 뭔가 트릿하고 낌새 이상하고 그런 거. 그래서 찝찝한 거. 그럴 때면 난 우선은 나의 오해는 아닌지 의심해 본 뒤, 이상한 낌새가 확실하다 싶으면 내가 먼저 원인 제공을 한 건 없는지, 이런 내 불편함이 타당한 것인지 따져본다. 제삼자에게 물어보기까지 하면서. 이 모든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운 절차들은 문제의 원인을 어떻게든 내 쪽에서 찾으려는 노력인데, 그 이유는 이렇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나로선 도저히 이 상황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쓸 수밖에 없는 최후의 방법-나한테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상대에게 직접 물어보는 껄끄러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물었다가 자긴 아무렇지 않은데 왜 그러냐는 그 예상 가능한 최악의 대답을 듣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또 다시 그 대답이 진심인지 아닌지 파악하려는 길고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 이석원 두번째 산문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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