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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make you feel my love

 

  만나야 하는 사람은 결국 만난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전부터 신념처럼 믿어왔었어. 이어질 사람은 어떻게든 이어져.

 우리가 처음 교외로 떠난 여행이 산사였던 걸 기억하니? 너는 그날 순수한 모습으로 차례대로 믿음과 소원을 빌었고 나는 그때 네가 맑은 사람이란 걸 알았지. 착한 아이. 한없이 맑고 티가 없는 사람이야 넌. 홀린 듯이 그때 나는 모든 것을 잊었어. 나는 주로 부정적이고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거든. 덕분에 나는 별 고민 없이 지내는 사람이 되어있네. 쉴 곳을 찾아가 쉬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고. 단순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을 네가 가르쳐줬어. 여름에 내게 토마토를 주고, 사과를 건네더니 이윽고 우리는 겨울의 귤을 나눠 가지는 사이가 되었다. 붉은 바다 앞에서 난 넋을 놓고 행복하기만 했어.

 먼미래를 생각하면 생각하면 답답해지기 마련이지. 그건 우리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에 적용되는 말일 거야.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매일 서로에게 소중하게 여겨줘서 고마워. 어떤 언어로 너를 표현할 수 있을까. 서툰 만남이라는 말이 기억난다. 서로가 비법이나 기술 같은 것을 쓰지 않는 가장 기초적인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는 건 축복과도 같은 일이야.

 그러므로 우리가 여태 그래왔듯이 지치면 쉬어가고, 끌리면 붙어서 앉는 가림막 없는 단순한 사랑이 되기를 바라. 돌에 걸려서 넘어지더라도 곁을 지키면서 기다리다가 다시 같이 걸어가자. 내가 힘은 세지 않아도 꾸준히 하는 걸 좋아해. 너를 꾸준히 사랑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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